✏️ 서론
지난 12월 ~ 1월에 진행했던 토스 러너스하이를 이제야 후기를 작성한다. 급한 회사 일을 마무리하고 리프레시 휴가도 다녀오느라 연말연초에 정신이 없었다. 이 글은 러너스하이가 어떤 프로그램인지 궁금한 사람들을 위해 간단히 소개하고, 러너스하이를 하면서 얻은 인사이트와 느꼈던 점을 정리한 글이다.
혹여나 결과만 궁금한 사람들을 위해 미리 말하자면 나는 우수 참여자로 선정되지는 못했다. 그래도 참여하면서 여러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고, 그 과정에서 얻은 것들을 이 글에 남겨본다.

🏃♀️ 토스 Learner's High란?

토스 러너스하이는 커리어 성장을 원하는 서버 개발자들을 위한 멘토링 프로그램이다. 아래는 2기 모집 글의 일부를 인용해 왔다.
숨이 턱끝까지 차도록 달릴 때 오히려 점점 몸이 가벼워지고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을 아시나요?
달릴수록 기분이 상쾌해지는 상태를 Runner’s High(러너스 하이)🏃♂️라고 해요.
무언가를 배우며 치열하게 노력할 때도 Learner’s High🏃♀️를 경험할 수 있어요.
성장하기 위한 설레는 목표를 세울 때, 그리고 이를 향해 치열하게 달려갈 때 막연한 불안함은 해소되고 자연스럽게 실력과 커리어도 함께 성장해요.
토스에서 지향하는 서버 개발자의 성장 방향성을 학습한 뒤, 한 달간의 경험을 기록하고 더 큰 기회를 위해 높게 점프하는 토스 Learner’s High 서버 2기를 모집합니다.
사실 위 내용만 봤을 때는 커리어에 대한 조언을 해준다는 건가? 어떤 멘토링을 해주는 거지? 감이 잘 안 잡혔다. 아직 2기까지밖에 진행을 안 해서 그런가, 프로그램 수료 후기 찾기도 힘들었다. 당시 내가 궁금해했던 점에 대해 기억을 되살려본다.

❓ 토스로 이직을 원하는 사람만 지원할 수 있나요?
아니요. 저도 이직 계획이 없었으나 멘토링 내용이 궁금해서 지원하였습니다.
❓ 개인의 커리어 혹은 과제에 대한 피드백이 제공되나요?
아니요. 세션 -> 과제 수행 -> 과제 제출 -> 합격 발표 순으로 진행되며 별개의 피드백 절차가 없습니다. 우수 선정자 분들은 토스 채용 프로세스를 이어 진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면접에서 과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것 같습니다.
❓ 어떤 멘토링을 받을 수 있나요?
토스가 일하는 방식에 대해 듣고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어요. 구체적인 내용은 토스에서 개인 블로그 등에 자료 공유를 지양해 달라 하셨어서 생략합니다. 멘토링 프로그램이라고 명시되어 있으나, 어떠한 가이드나 지식이 주어지지는 않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멘토링이 아닌 채용 프로세스에 가깝다고 느꼈습니다.
❓ 회사 업무와 병행이 가능한가요?
네. 과제 주제를 스스로 정하는데, 실제 업무와 관련하여 잡아야 하기 때문에 반드시 병행해야 합니다.
❓ 중도 포기가 가능한가요?
네. 과제 제출을 안 하면 됩니다. 실제로 회사 업무가 바빠져서 제출을 안 하거나 멘토링 프로그램이 생각하는 방향과 달라서 포기하시는 분들도 많은 것 같았어요. 저도 회사 업무가 바빠져서 처음 목표치를 달성하지는 못했습니다. 실제 결과물은 없었지만, 현재 상황 정리에 의미를 두고자 뭐라도 써서 제출만 했어요.
❓ 수료증이 발급되나요?
수료증은 별도로 없습니다. 마지막 과제물을 제출하면 '우수 참여자' 선정 여부에 대해서만 메일로 안내가 옵니다.

🙂 인사이트 및 생각 정리

💡 내 생각을 정리해 볼 수 있었던 기회
러너스하이를 신청하려면 '잘하는 개발자란 어떤 역량을 가진 사람인가?'에 대한 답변과 이력서를 제출해야 한다. 요 두 가지를 정리하면서 여러 방면의 내 생각을 정리할 수 있던 것 같다. 개발자의 역량에 대해서는 2025년 회고글에서 다룬 바가 있어서 생략한다.
현재 회사에 입사하고 지금까지 재직 중 회사 추가 외에는 이력서 업데이트 한 적이 없었다. 이력서를 정리하면서 여러 생각이 들었었는데, 내가 3년간 근무하면서 어떤 일들을 했었는지 돌아볼 수 있어서 좋았다. 이런 경험을 통해 저런 점을 느꼈었지, 이 과제는 이런 식으로 정리할 수 있겠구나 같은 생각들이 떠올랐다. 이력서를 수정하고 싶은 포인트들을 짚어내다 보니 앞으로 어떤 경험을 더 쌓고 싶은지도 조금씩 보이는 듯했다.
아쉬운 부분은 이런 생각을 혼자서만 했다는 점? 다른 사람들의 소감이나 생각을 나누거나, 멘토링을 통해 멘토의 의견도 듣고 싶다. 조만간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만들거나 누군가에게 부탁을 드려야지 싶다.
💡 성과를 지표로 설명하는 연습
러너스하이에서 수행할 과제 주제를 스스로 선정해야 한다. 이때 명확한 지표를 통해 성과를 증명해 낼 수 있는 과제를 선정한다고 생각하니 골 아팠다. 어떤 관점으로 접근해야 할지 너무 생소했다. 그래서 일단은 나 혹은 팀원들이 현재 느끼고 있는 불편함들을 정리했다. 회사에서 팀원들이랑 "이런 기능도 있으면 편할 것 같다", "저 부분도 고치면 좋겠다" 같은 이야기를 자주 하는 편이다 보니 정리가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고민 목록은 아래와 같은 형식으로 작성하였다.
- 고민 요약
- 고민하게 된 배경 혹은 원인
- 시도할 수 있는 방안
- 해당 고민을 개선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임팩트
그다음은 토스에서 제시한 가이드와 내부 평가 지표의 일부를 참고하여 두 가지 기준을 세웠다.
- 결과 측정이 가능한 지표가 존재하는가?
- 한 달 내 개발을 완수할 수 있는가?
과제 수행 완료 후가 아닌 수행 전에 임팩트를 예상하는 게 어려웠다. 내가 가진 고민이 시스템 아키텍처나 서버의 안정성과 관련된 고민들이 많아서 그런 건가?라는 생각도 했지만 비즈니스 과제면 사용자 지표를 예상해야 하니까 더 어려울 것 같기도 하고... 어떤 임팩트가 있을지 나름 고민을 많이 해보고 과제를 선정했지만, 실제 과제 수행 이후에 성과를 정리해 보자니 엉뚱한 임팩트를 제시했거나 증명하기 어려운 기준을 예측한 것 같기도 하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앞으로 여러 과제를 수행하면서 계속 시행착오를 겪으며 감을 찾아야 할 것 같다.
앞으로는 이런 임팩트를 예상하는 게 내게 더 중요해질 것 같다. 토스 러너스하이 진행 당시에는 서버 개발자만 모인 기능 조직이었고, 현재는 애자일 단위로 일하는 목적 조직으로 변해서 일하는 방식이 많이 바뀌고 있다. 기술 과제를 완수하고 개선 효과를 정리하는 건 종종 했지만 비즈니스 과제의 지표를 수집하고 예측 분석하는 게 어렵다. 낯설지만 익숙해져 가야 하는 것 같다.
💡 여러 과제를 동시에 진행하며 느낀 리소스 관리
러너스하이 시작할 때쯤 갑자기 비즈니스 과제가 몰렸다. 러너스하이 과제를 포함해 6개의 과제를 동시에 진행해야 했다. 나는 아이젠하워 매트릭스에 따라 우선순위를 긴급도/중요도에 따라 나누는 편인데, 6건 중 3건이 중요하거나, 긴급하거나, 중요+긴급했다. 당연히 러너스하이 과제의 우선순위는 뒤로 밀려났다.

그래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원래도 항상 과제를 3개씩은 병렬 처리 했고, 연말 휴가자가 많다 보니 회의 시간이 많이 줄고 개발 시간 확보가 가능했다. 무엇보다 러너스하이 과제는 상당 부분 AI에게 맡기고 나는 다른 일을 할 수 있을 거라 기대했다. 여기서 나의 판단 미스가 여럿 있었다.
📝 피드백 시기는 생각 이상으로 빠르고 짧고 자주 가져야 한다.
개인적으로 미리 준비하는 것을 선호하고, 책임감을 중요시 여기는 사람이라 일단 내지르고 수습하기보다 어느 정도 준비된 이후에 제안을 하는 편이다. 그래서 과제를 진행하겠다고 공유하고, 어느 정도 조사하고 정리한 뒤, 실제로 수행하기 직전에야 팀원들한테 피드백을 받았다. 그 회의에서 유의미한 피드백들을 많이 받았으나, 피드백을 반영하려면 남은 기간 내 과제 수행이 불가능했다.
나의 작업 순서는 이랬다
- 목적과 배경 공유 후 과제화
- 작업 계획 세우기
- 작업 수행을 위한 사전 검토 및 검증
- 작업 수행
3번 단계를 마치고 피드백을 반영했는데 2번부터 다시 시작해야 해서 시간이 더 걸렸다. 만약 2번에서 피드백을 빨리 받았다면 그에 맞춰 그 이후 과정들도 빠르게 조정되었고, 빠르게 수행할 수 있었을 것이다. 가능하다면 매 단계마다 (=자주) 피드백을 받으면 좋을 것 같으나, 팀 리소스나 이래저래 힘든 상황이라면 적어도 빠르게 피드백받을 수 있는 게 좋다.
📝 AI가 할 수 있는 영역을 분명하게 인지하자.
러너스하이를 시작할 때쯤, 커서 라이선스를 받고 AI가 짜준 코드를 실제로 배포까지 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리소스를 예상할 때 평소보다 짧게 잡았다. 하지만 AI 사용이 미숙하면 오히려 작업이 더 길어질 수 있다는 건 생각하지 못했다. 나의 잘못된 AI 사용으로 인해 잘못된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 정말 이게 맞을까?라고 AI를 끝없이 의심하며 어떻게 검증하면 좋을지 고민하는 시간이 길었던 것 같다.
여러 시행착오들을 거치며 AI가 이런 부분을 놓칠 수 있겠구나, 프롬프트를 이렇게 입력하면 중의적으로 해석이 가능해서 다른 답변을 내놓는구나, 이 데이터를 활용해 달라고 해야 내가 원하는 결과가 나오겠구나 요런 것들을 인지하기 시작했다. 당연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내 생각보다 내가 원하는 작업을 디테일하게 제시할수록 원하는 대로 동작할 확률이 커졌다.
📝 병렬 처리가 많을수록 인간의 컨텍스트 스위칭 비용이 늘어난다.
여러 과제를 동시에 진행하면서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도 있었다. 6개 과제에서 '잠깐 10분만 이야기되시나요?'라고 허들 요청이 들어오면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 6 * 10 이니까 60분? 아니다. 이야기할 때마다 과제가 바뀌니 이건 무슨 이야기더라 로딩하는 시간이 최소 1분씩은 필요하다. 너무 자주 바뀌면 1분에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이런 일이 반복되고 작업 진행 내역이 더뎌지기 시작했다. 여기서 나는 우선순위를 세우는데 실패했다고 생각한다. 이거 저거 다 하고 싶다/해야 한다는 욕심에 오히려 시간을 더 많이 끌어버린 것 같다.
이번 경험을 통해 내가 동시에 감당할 수 있는 작업의 범위를 조금 더 현실적으로 바라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일을 다 해내려고 하기보다, 한번 결정한 우선순위를 계속 유지하기보다는 수시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마무리
러너스하이를 통해 기대했던 경험을 하거나, 원하는 만큼의 결과물을 내지는 못했다. 하지만 내가 일을 진행하는 방식과 생각하는 방식을 돌아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 개인적으로는 멘토링보다는 채용 프로그램에 가깝다고 느꼈지만, 기왕 참여하기로 했다면 해당 프로그램을 어떤 식으로 활용할지는 참여자의 태도와 마음가짐에 달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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