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토링 신청 계기
어느덧 나도 3년 차가 되었다. 사람들은 보통 3~5년 차에 커리어를 고민한다고 하더니, 나에게도 그런 시기가 찾아왔다. 당장 이직 생각이 없더라도 커리어에 대한 생각은 미리 하면 좋을 것 같고... 뭐부터 시작하면 좋을지, 뭘 고민해야 할지 감이 잘 안 잡혔다.
설상가상으로 나 자신에 대한 자신감도 떨어졌다. 회사 일에 집중하면 집중할수록 회사 내부에서의 영향력은 넓어졌지만, 블로그나 스터디 등의 활동은 줄어들었다. 나는 기록을 남기는 행위를 좋아하고, 기록을 되돌아보며 자아성찰을 하거나, 뿌듯함을 느낀다. 그런데 요즘은 VPN 연결해야만 볼 수 있는, 회사 업무 기록이 대부분이다. 개인 기록들을 되돌아보면 '왜 하는 일이 아무것도 없지?'라는 생각이 든다. 내 성장이 앞으로 나아가기는커녕, 조용히 뒤로 미끄러지고 있는 느낌이었다.
이런 고민을 토로하다 멘토링을 들어보라는 권유를 받았다. 권유해 주신 분께서 한기용 님이 진행하시는 커리어 그룹 코칭을 들은 적이 있는데, 도움이 많이 되었다고 말씀 주셔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바로 신청했다.
멘토링 진행 방식
커리어 그룹 코칭은 약 한 달 동안 zoom을 통해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유료 멘토링이다. 그룹으로 진행되는 세션이 주 1회 총 4회 진행되며, 모든 세션 이후에는 1:1 미팅도 진행한다. 자세한 소개는 기용님 링크드인 상단에 있는 멘토링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각 세션은 아래의 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 커리어 회고
- 영향력을 갖는다는 것은?
- 회고의 중요성
- 어려운 대화
매 회차마다 기용님이 준비해주신 이야기를 들은 뒤, 30분에서 1시간 정도 멘토와 멘티들이 함께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 있다. 나는 이 시간도 좋았는데, 그날 느낀 점이나 질문을 자유롭게 나누며 다른 사람들의 고민도 함께 들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 멘토링을 소개해주신 분이 개발자였고, 나 역시 개발자라 자연스럽게 다른 멘티들도 다 개발자일 줄 알았다. 그런데 생각보다 다양한 직군의 사람들이 참여하였고, 그 덕에 더 폭넓은 시야로 이야기할 수 있어 좋았다. (물론 대부분 개발자 거나 IT 관련 종사자이긴 했다.)
멘토링 메모
멘토링 진행하면서 메모했던 내용을 몇 개 정리해 본다.
멘토님께서 해주신 이야기, 다른 멘티님들이랑 나눈 이야기, 내가 생각한 이야기 모두 섞여있다.
평판은 굉장히 중요하다
나는 1~2년에 한 번쯤 갑작스럽게 안 쓰는 모든 물건을 싹 다 정리해야 하는 충동이 든다. 나와 친구들은 이를 농담 삼아 '신내림'이라고 부른다. 이 신내림이 오기만을 기대하며 무언가를 시작하는 건 쉽지 않다. 하지만 주변의 좋은 지인들이랑 지내다보면 자연스레 기회가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 주변에 좋은 사람들을 많이 둘 수 있도록 노력하자. 주변 사람들에게 서포트를 받고, 나 역시 주변 사람들을 진심으로 서포트해 주자. 말로 조언만 하는 게 아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하자.
매니저가 되면 영향력을 갖기 쉬운 건 맞지만, 꼭 매니저가 되어야만 영향력을 갖는 것은 아니다. 혼자보다 함께, 그룹으로 일하면 영향력을 가질 수 있다. 예를 들어, 다른 사람의 의견을 묻고, 경청하는 등 다른 사람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실수가 허용되는 분위기가 될 수 있도록 팀 내 심리적 안전감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함께 일하고 싶은 동료 되기
상대방의 생각이 나와 다를 수 있음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상대를 섣불리 판단하거나 과도한 기대를 하지 않도록 주의하자. 내가 원하는 것을 명확히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하고, 상대와 내가 공동의 목표를 잘 공유하고 있는지 자주 확인해 보는 것도 좋다.
나 자신이 다른 사람들과 대화하기 편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건 모든 사람에게 친절하고 좋은 사람이 되라는 뜻이 아니라, 일관적인 사람이 되라는 의미이다. 예를 들어 기분이 좋을 때는 상냥하고, 기분이 나쁠 때는 까칠한 사람이 되는 변덕 심한 사람에게는 말을 걸기 쉽지 않은 법이다. 나 자신만의 원칙을 갖고, 일관적인 사람이 될 수 있도록 하자.
워라벨에 대한 새로운 시선
요즘 일상에 일에 대한 비중이 높아져서 워라벨이 잘 안 지켜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데 기용님이 생각하시는 워라벨의 정의를 듣고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기용님이 생각하는 워라벨이란, 그 순간의 중요도를 결정하고 생각을 분리할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가족 외식 때는 회사 걱정, 일 걱정 없이 외식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내 요즘 삶을 생각하면 밥을 먹을 때도 폰으로 슬랙 문의 온 게 없나 확인하고, 외출해서도 슬랙을 한 번씩 열어본다. 나한테 할당된 QA 티켓 없나 괜히 메일함도 한 번씩 열어보고, 있으면 고통받아한다. 아직 명확한 기준을 세우진 못했지만, 한 번에 하나씩 집중해서 해보는 것부터 시도해 보려 한다.
인생은, 커리어는 생각보다 길다
인생이 길다는 것의 예로 미국 기차 여행에서 만난 한 노인분의 이야기를 해주셨다. 80대 할머니와 식사를 하게 되었는데, 50대인 멘토님을 baby라고 부르신다거나, 이 나이에도 이렇게 정정할 줄 알았으면 일찍 은퇴하지 말고 더 일할걸 그랬어~라는 이야기를 하셨다는 게 인상 깊다. 80대라는 내게는 아주 까마득한 나이에도 계속 새로운 것이 있고, 무언가를 새로 하고 싶다는 이야기가 어쩐지 인상 깊었다.
잘하고 싶다면 오래 해야 한다. 처음부터 재능이 있는 일은 아주 드물지만, 오래 하다 보면 결국 실력으로 이어진다. 노력 없이 잘하고 싶은 것이 사람 마음이지만, 당장 내가 못한다고 조급해할 필요 없다. 정말 잘하고 싶다면 내가 계속할 수 있게 스스로가 노력할 것이다. 오래 하지 못한다면 그렇게까지 진심으로 잘하고 싶었던 게 아니거나, 내재화된 동기가 떨어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커리어는 버킷리스트 채우기다. 내가 원하는 것이 분명히 있다면 시도해 보아라. 예전에도 못했으니까라던가, 아니면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다던가, 너무 위험해 보인다는 이유로 시도를 포기하지 마라. 실패해도 원점으로 돌아와 다른 일을 하면 된다. 아니면 이 실패를 교훈 삼고 기회로 삼아 다른 도전을 해볼 수 있다. 기회는 도전하는 사람에게만 오니, 내가 편한 일만 유지하는 것보다 후회가 남지 않도록 새로운 도전을 해보아라.
꿈을 찾는 방법
나는 내 꿈을,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못 찾는 게 고민이었다. 멘토링에서 이 고민을 꺼내자 기용님도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을 찾는데만 10년 넘게 걸렸다고 말씀해 주신 게 인상 깊다. 그제야 내가 조급해하고 있었다는 게 와닿았다.
다른 분들이 꿈을 찾는 방법에 대해서 공유 주시기도 했다. 예전에 같이 일했던 동료들이 현재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아본다던가, 컨퍼런스나 네트워킹 자리 등에 내가 좋아하는 동료나 친구와 함께 참여하여, 나랑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을 만나는 분도 계셨다. 또, 사이드 플젝을 만들며 내가 풀고 싶은 문제가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며 내가 원하는 것을 생각하는 기회가 되었다는 분도 계셨다.
문득, 나는 내가 원하는 것을 너무 나의 내면에서만 찾으려 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게임에서 열쇠를 얻어야만 다음 스테이지로 나아갈 수 있듯, 지금의 나는 아직 그 열쇠를 얻지 못한 상태인지도 모른다. 지금 내가 도달할 수 있는 내면의 깊이만으로는, 내가 원하는 것이 무언인지 알기 어렵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현실에 충실하여 다양한 경험을 쌓는 것. 그렇게 더 깊은 내면으로 들어갈 수 있는 열쇠를 찾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무리
나처럼 커리어 중간에 방향을 고민하고 있는 분들에게도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이 글을 정리해 보았다. 이 글에서 정리한 메모는 내가 개인적으로 크게 와닿았던 부분들일뿐, 멘토링의 모든 내용을 다루진 않았다. 내가 받은 인사이트가 누군가에게는 전혀 다르게 다가갈 수 있기에, 직접 경험해 보는 것을 권하고 싶다.
다만 아직 학생이거나 이제 막 취업한 사람보다는 좀 더 일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들으면 좋을 것 같다. 나는 내 현재 상태에 대해 불안함을 해소할 수 있어서 좋긴 했지만, 연차가 더 쌓이고 다시 보면 또 다른 깨달음을 얻고 더 넓은 시야로 문제를 바라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이 멘토링을 통해 다양한 깨달음을 얻었지만, 당장 내 삶이 크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현재에 더 충실히, 후회 없이 살아야겠다는 마인드 세팅이 되어서 좋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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