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요한 하리
- 출판사: 어크로스
- 책 링크: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01621022
1. 읽게 된 계기
오늘 후기를 작성하는 책은 IT 서적은 아니다. 서점에서 베스트셀러라고 자주 홍보하는 책인데 몇 가지 기억에 남는 부분을 기록하고 싶어서 이 글을 적기 시작했다.
나는 서점에서 책 구경하기를 좋아한다. 이 책을 구매하던 날에도 별생각 없이 교보문고를 거닐며 책을 구경하고 있었다. SNS에서도 몇 번 봤던 책이 서점 내 눈에 가장 잘 보이는 베스트셀러 코너에 들어와 있으니 호기심이 동했다. 요즘 정신이 산만하다고 느끼던 차에 이걸 읽으면 집중력을 되찾을 방법에 대해 알 수 있을까? 핸드폰을 멀리해라~라는 뻔한 말 말고 내가 모르는 다른 이야기도 있겠지?라는 기대를 하며 책을 구매하게 되었다. 이게 작년 8월에 있던 일이다. 중간중간 지루함을 느껴 다른 책들을 읽다가 이어서 읽다 보니 6개월 만에야 완독 할 수 있었다.
2. 인상 깊었던 부분
| 표시가 달린 글들은 책을 인용해온 글입니다.
2-1. 목표와 동기
몰입 상태가 되려면 단일한 목표를 택해야 하고, 그 목표가 반드시 자신에게 유의미해야 하고, 능력의 한계까지 스스로를 밀어붙어야 한다.
동기가 외재적일 때(그래야만 해서, 또는 나중에 무언가를 얻으려고 그 행동을 할 때)보다 동기가 내재적일 때(자신에게 의미 있기 때문에 그 행동을 할 때) 더 잘 집중하고 지속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동기가 내재적일수록 집중력을 유지하기 쉬워진다.
이와 비슷한 내용을 '개발자 원칙' 책에서 읽은 적이 있다. (🔗개발자 원칙 후기 바로가기) 스스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외부에서 주어지는 보상 같은 외재적인 동기보다는 스스로에게 의미가 있는 요인, 만족감을 채울 수 있는 내재적인 요인이 더 중요하다는 말이 있다. 여태까지는 내재적 동기를 자기 성장이랑만 연결 지었는데, '도둑맞은 집중력'을 읽고 나니 집중력도 이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정말 당연한 이야기다. 내게 의미 있고 특별한 일은 별 이유 없이 해야하니까 하는 일보다 더 집중하려 하고, 몰입도가 높다. 몰입도가 높으니 능력의 한계까지 밀어붙일 확률이 커지고, 따라서 자신의 성장까지 만들어낸다. 앞으로 어떤 일을 하다가 집중도 안되고 내가 이걸 왜 해야 하는 거지 라는 생각이 든다면 목표와 동기를 다잡아보는 시간을 가져도 좋을 것 같다.
좋은 삶을 살려면, 안 좋은 요소를 없애는 법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우리에겐 긍정적인 목표도 필요합니다. 그게 아니라면 계속할 이유가 어디 있겠어요?
주의력을 되찾으려면 주의를 산만하게 하는 방해물들을 제거하는 방법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렇게 하면 그저 텅 비게 될 뿐이다. 우리는 주의를 산만하게 하는 것들을 제거하고, 몰입의 원천으로 그 자리를 대체해야 한다.
위 말들에 굉장히 공감한다. 나는 웹툰을 굉장히 많이 보는 편이다. 이동 시간 포함 거의 하루 한두 시간씩은 본다. 어느 날 나는 이 웹툰 보는 시간이 아깝게 느껴졌고 이 시간에 다른 걸 하려면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매일 한두 시간이면 굉장히 긴 시간이니까!) 그래서 무작정 모든 웹툰 어플을 지웠다. 그랬더니 시간은 생겼지만 뭘 할지 모르겠어서 휴대폰만 만지작거렸다. 이내 인스타 키고 인스타 릴스에 중독되기 시작한다. 릴스의 바다에서 헤어나오자 한두시간이 훌쩍 넘어갔다. 시계를 보고 충격받았다. 뭐든 해보자 라는 마음으로 책을 좋아하는 친구들에게 인생 작가/책을 추천받았다. 그중 아무거나 한 권을 읽었는데 내게도 꽤 재밌었던 기억이 난다. 비로소 웹툰 보기를 대체할 몰입 요소를 찾아낸 것이다.
물론 지금은 다시 웹툰을 보고 있긴 하다. 하지만 웹툰 보는 시간은 하루 한 시간 미만으로 줄었고, 남은 시간에 책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갑자기 한 번에 뚝딱 대체하는 건 힘든 일인 것 같다.🥲
2-2. 집중하지 않는 시간
어떤 방식으로든 꿈이 깨어 있는 시간에 발생한 사건에 감정적으로 적응하는 데 도움을 준다.
딴생각을 할 때 우리의 정신은 서로 다른 것들을 새로 연결하기 시작하며, 종종 이 과정에서 문제의 해결책이 떠오른다.
꿈이나 딴생각, 멍 때리는 시간은 어쩐지 아깝게 느껴진다. 그 시간에 놀든 공부하든 뭐라도 하는 편이 시간을 유의미하게 쓰는 것처럼 느낀다. 그래서 한 번에 두 가지 일을 할 때가 많다. 머리 말릴 때나 산책할 때나 늘 휴대폰을 손에 쥐고 영상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 잘 때는 오늘도 그럭저럭 잘 보냈다고 생각하면서도 다음날을 생각하며 벌써부터 피곤하다는 생각이 동시에 든다.
'도둑맞은 집중력'을 읽고 나니 내 생활에는 뇌가 쉬는 시간이 거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지금은 의식적으로 한 번에 하나의 일만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머리 말릴 때는 머리만 말리고, 산책할 때도 휴대폰을 두고 나간다. 나는 자기 전에 항상 생각이 많은 편이었는데 일상에서 생각할 시간이 생겨서 그런가 자기 전 생각하는 시간이 줄었다.
2-3. 현실적인 대응
잔혹한 낙관주의는 이 작고 얄팍한 해결책이 실패할 때 개인이 시스템을 탓할 수 없게 만들고, 결국 개인은 자기 자신을 탓하게 된다. 개인은 자신이 모든 일을 다 망쳤다고, 자신이 못난 것이 문제라고 생각하게 된다.
50년 전까지만 해도 비만은 극히 드물었다. 현대에 와서는 영양가 높은 음식보다 패스트푸드가 더 저렴하게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고, 이에 따라 비만이 늘어났다. 누군가는 비만인 사람들에게 의지박약이라고 비난하고는 한다. 하지만 이 책은 이같이 근본적인 원인인 시스템은 감추고 개인에게 책임을 지우는 일을 잔혹한 낙관주의라고 부른다.
현실은 선택이 아니라는 겁니다. 현실은 우리에게 주어진 거예요. 안 그래요? 그러니 지금 가진 것 안에서 노력해야 해요.
모든 것을 개인의 책임으로 돌릴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함과 동시에 현실적으로 그것이 가능하냐고도 묻는다. 나는 이에 크게 공감하고 정답을 내려주길 기대했다. 하지만 책에는 정답이 담겨있지 않았다. 내가 가장 기대했던 부분이 '도둑맞은 집중력을 되찾기 위한 현실적인 방법'이었는데, 저자도 정답을 모른다니! 실망스러움에 두세 달간 책을 덮었던 기억이 난다.
책에서 저자도 이에 대한 정답을 찾지 못했음을 인정한다. 대신 자신이 집중력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방법 6가지를 소개한다.
- 사전 약속을 이용해 지나친 전환을 멈춘다.
- 사전 약속을 통해 결심을 깨기 어렵게 만든다.
- 예를 들어, 휴대폰을 사용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면 1일간 절대 열리지 않을 금고에 휴대폰을 넣는다.
- 산만함에 반응하는 방식을 바꾼다.
- 기존에는 산만함을 느끼면 자책을 했다.
- 이제는 어떻게 해야 몰입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을지 스스로에게 질문하기 시작했다.
- 소셜미디어의 사용을 줄인다.
- 생각이 배회하도록 내버려 둔다.
- 딴생각은 집중력이 허물어지는 게 아니라 그 자체로 중요한 집중력의 한 형태이다.
- 딴생각을 통해 다양한 정보들끼리 연결 고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
- 매일 수면 시간을 엄격히 지킨다.
- 자녀나 나이 어린 친척들의 삶에 깊이 관여한다.
- 어른의 지나친 관리 없이 아이들끼리 자유롭게 놀도록 하여 아이들이 집중력 향상의 토대를 만들 수 있도록 한다.
2-4. 타인에게 다정하라
"우리는 모두 파국적 종말로 향하고 있는 물과 진흙으로 된 행성에 살고 있잖아요. 이 문제들은 혼자서 해결할 수 없어요." 그가 말했다. "이게 제가 공감 능력이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예요."
환경을 보호해야 합니다! 무척 중요한 말이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와닿는 말은 아니다. 환경 문제는 너무 거대하게 느껴지고, 나 혼자 바뀌어서는 변하는 게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위 문구가 이상하게 기억이 남았다. 당연히 나 혼자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주 사소하고 작더라도 한 톨의 공감 능력을 표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사소한 표현의 증거로 그린피스에 후원을 시작했다. 지금 4개월째 후원 중이다.
어릴 때는 속이 상하거나 화가 나면 자신을 달래주고 진정시켜 줄 어른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위로받는 경험을 충분히 하고 나면, 시간이 흘러 성장할수록 혼자서 자신을 달래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가족이 주었던 안심과 이완을 내면화하는 것이다.
'주변에 당신을 지지하는 사람이 있습니까? ' (중략) 도움을 준 사람은 대개 전문가가 아니었다. 이들은 그저 힘이 되는 파트너나 친구들을 찾았을 뿐이었다.
생각해 보면 내가 힘든 시기를 이겨내는, 극복해 내는 과정에 항상 누군가의 도움이 있었다. 누군가의 조언으로 미련을 끊어냈고, 친구의 격려로 다시 도전했고, 또 다른 친구의 이야기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아냈다. 주변에서는 그저 지지해 줬을 뿐이고 실제로 찾아보고, 판단하고, 행동한 것은 나다. 하지만 주변의 지지 없이도 내가 행동할 수 있었을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많다는 것에 감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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