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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책 읽기

[책 후기] 사라진 개발자들

by 연로그 2023. 10.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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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한빛미디어

 

 


1. 책을 읽기 시작하며

 

개인적으로는 정말 재밌게 읽었다! 이 책의 유일한 단점을 꼽자면 어려운 이름라고 생각한다. 나는 사람 이름을 정말 못 외우는 편이라 기억하기 힘들었다. 영어 이름은 퍼스트네임, 미들네임, 라스트네임에 친한 사람들이 부르는 애칭도 따로 있다 보니 그래서 얘가 누구라고? 멈칫거리기도 했다. 처음에 10p 정도 읽다가 덮고, 아이패드와 함께 이름을 메모해 가며 처음부터 다시 읽기 시작했다. 초반에는 인물과 기관명을 기억하느라 낑낑댔고, 중간쯤부터는 이야기가 재밌어서 단숨에 읽어버렸다.

 

책을 메모했던 흔적

 

위 메모를 보고 겁먹지말기를 바란다. 쓰다보니 단순한 인물의 관계를 넘어서 책의 내용을 필사하는 데까지 이르러서 메모가 복잡해졌을 뿐이다.😅 다른 사람들은 안심해도 되는 것이 책의 초반 부분에 주요 인물에 대한 요약이 이미 정리가 잘 되어있다.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목차만 읽고 바로 본 이야기로 넘어가는 바람에 뒤늦게 발견했다.💦

 

어떤 인물이었는지 헷갈릴 때마다 책 초반의 주요 인물 설명을 읽으면 별도의 메모 필요 없이 잘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의 주요 인물 6인의 이름(케이, 프랜, 베티, 루스, 말린, 진)과 주요 기관명(무어스쿨, 탄도 연구소) 요것만 머릿속에 꼭 붙잡아두자.

주인공들의 이름 / 주요 기관 관계

 


2. 인상깊었던 부분

 

💡 글쓴이의 호기심

에니악 프로그래머들

이 책의 내용과 주인공들에 대해 말하기 앞서, 이 책의 저자인 캐시 클라이먼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캐시 클라이먼은 인터넷 정책 및 지식 재산권 분야의 변호사이자 교수다. 에니악의 6인의 프로그래머에 대해 찾게 된 계기는 단순한 호기심이 시작이었다고 한다.

 

사진 속 기계를 다루고 있는 여성들은 누군가,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가라는 호기심을 시작으로 직접 6인의 프로그래머를 찾아 나서 인터뷰도 진행했다.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는 일에 나서며 이 공로를 인정받아 표창이나 상을 받은 적도 있다고 한다. 정보를 찾기 극히 힘든 환경에서 호기심 하나로 깊숙이 빠져드는 모습이 멋있다고 생각했다.

 

한 번은 캐시 클라이먼이 이 여성들의 정체를 교수에게 물은 적이 있다. 교수는 이 사진 속의 여성들은 그냥 (기기를 홍보하거나 단순히 사진 찍기 위한) 모델이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나라면 이 대답을 들은 순간 그냥 그렇구나라고 생각하고 넘겼을 것 같다. 치마에 구두까지 에니악을 다루기는 너무 불편해 보이는 옷차림이기 때문인데 다시 생각해 보면 그 시절의 여성의 옷은 저 차림이 기본이었겠구나,라는 생각도 든다.

 

 

💡 프로그래밍 개념의 시초

 

debug, breakpoint, 병렬 프로그래밍... 우리가 지금까지도 흔히 사용하는 프로그래밍 개념의 시초가 이 책의 주인공들이었다는 것이 매우 놀라웠다. 소프트웨어의 실행을 통해 하드웨어의 문제점을 진단하기도 하고 프로그래밍이 정상적으로 수행되고 있는지 테스트를 하는 것까지 현대의 프로그래밍과 유사하다고 느꼈다. 이를 위해 매번 20kg가 넘는 무거운 부품을 직접 옮겨야했다는 점만 뺀다면!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코딩을 하는 개발자의 시초 또한 이 책의 주인공들이다. 처음에는 이 말을 듣고 의아했는데, 최초의 프로그래머를 '에이다 러브레이스'로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알고 보니 에이다 러브레이스는 기계가 연산을 수행하도록 명령문을 처음 작성했기 때문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고, '사람과 컴퓨터를 연결해 문제를 해결하는 직업'으로써의 프로그래머가 인정받은 것은 이 책의 주인공들이 최초라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을 읽을 때 가장 신났다. 내가 아는 개념들과 연결지으며 이게 이 사람들이 개발한 거라니! 요게 그렇게 연결되는 이야기였다니! 라며 신기해하느라 바빴다. 자세한 이야기는 생략하니 다른 사람들도 직접 읽으며 나와 같은 재미를 발견하길 바란다.😄

 

 

💡 여러의미로 오펜하이머가 떠올랐던 이야기

영화 오펜하이머 포스터

두어 달 전, 오펜하이머를 봤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여러모로 오펜하이머가 떠올랐다. 이야기의 배경이 세계 2차 대전 전후라는 점, 해당 전쟁이 주인공들의 삶에 깊은 연관이 있다는 점, 그리고 인물이 많이 나와서 이름 기억하기 힘들었다는(😂) 점이 유사하다고 느꼈다. 한 가지 차이점은 그들의 업적을 인정하느냐, 부정당하냐의 차이다.

 

오펜하이머 영화에서는 수소 폭탄을 반대했다는 이유로 공직에서 쫓겨나는 사건이 일어나긴 했지만, 그의 업적 자체는 대단하다고 모두에게 인정받았으며 역사적으로도 인정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6인의 에니악 프로그래머들은 철저히 무시당했다. 세상에 에니악을 소개하는 자리에서는 손님들에게 커피 대접하는 접대원으로 겨우 참여할 수 있었고, 에니악 시연 성공을 축하하는 자리에는 초대 자체를 받지 못했다. (에니악 준비, 조작, 시연까지 모두 그들이 주도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약 7~80년 전의 일이고, 그 시절에는 성차별이 당연했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씁쓸한 일이었다.

 

심지어는 비교적 최근인 2010년대까지도 그들은 미화된 사무직 근로자이고, 에니악이라는 기계를 조작하기만 했을 뿐이라고 가치를 평가 절하당하고 있다. 나는 이 말을 보고, 그런 식으로 따지고보면 개발자를 포함한 대부분의 직업 또한 컴퓨터 조작만 하면 되는 직업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들이 했던 일을 단순히 기기 조작이라고만 표현하다니, 프로그래밍에 대해 잘 모르는 것이 분명하다.🤔

 

 


3. 마무리하며

책 추천합니다. 따봉.

 

학교에서 프로그래밍의 역사에 대해 배울때는 정말 그렇게 재미없을 수가 없다. 이름만 달달 외우다 시험 본 순간 머릿속에서 지우고... 한데 이 책은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그때 내가 달달 외웠지만 이제는 기억이 희미해진, 대충 존뭐시기 이런 이름이었던가~? 하는 사람이 책에 등장한다. 주인공과 어떤 일을 해냈고, 어떤 도움을 주었고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기술되어 있어 더 재미있게 읽었다.

 

내가 이 책을 읽고 다큐를 보는 기분이었다고 표현한적도 있는데 어떠한 역사적 사실과 지식을 습득하기보다는 어떤 사람의 삶을 엿보며 함께하는 느낌에 가깝다. 그들의 삶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어서 즐거웠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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